나는 IT 기업을 다니는 사회 초년생이다. 올해 7월에 입사하여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이제 집을 어디에다가 구할지가 막막했다. 이번까지 하면 자취방만 세 번을 옮기는데 이사라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는 정착하고 어디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곳에 오래 살기로 마음 먹었다. 이 글에서는 '우당탕탕 전세집 구하기'라는 테마로, 내가 어떻게 방을 구했는지 적어본다!
 

집 선택하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 회사가 내년에 이사를 한다고 한다. 어디로 갈 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가 어디로 갈 지 예측을 좀 해보았다. 회사들이 몰려 있는 지역이 강남구 >>> 중구 === 마포구 > 여의도 > 성수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엥간한 회사는 강남에 있다. 이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중구에는 업력이 긴 회사가 있는 것 같고, 마포구 회사의 규모는 크려면 매우 크고 작으려면 매우 작았다. 여의도에는 금융권 회사가 즐비하고, 성수에는 영한 스타트업이 있는 느낌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구직과 면접을 통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알아내었다 😅
 
어쨋든 나는 강남구를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을 가야했다. 대표님도 강남을 선호하는 것 같아,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현재에는 태릉입구역이라는, 노원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나름 6호선과 7호선 더블 역세권이라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다만 매물 자체가 많지 않고, 호선은 잘 되어 있지만 마포와 강남을 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거의 경기도라고 본다 🤷🏻‍♂️
 
그렇다고 강남이나 중구, 마포구에 거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미친듯한 월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당 지역들을 30분 내외로 갈 수 있는 지역을 찾아보았다. 내가 찾은 지역은 관악구, 동작구, 용산구, 영등포구였다. 
 

지역 분석하기

관악구 ➡️ 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이 거주하는 가성비 좋은 곳이라고 알려져있다. 다만 내가 방을 찾을 때에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후였다. 전세 매물 조차 많지 않았으며, 전세는 1억 5천을 각오해야 했다. 신림역 근처로 갔을 시에 유흥가가 펼쳐져 있어 소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워낙 원룸이 많은 곳이어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및 버스를 타기에도 매우 빡세다. 그리고 주택의 매매가가 그리 높지 않다.
 
동작구 ➡️ 조용함을 선호한다면 7호선 라인이 좋은 선택이다. 보라매역, 장승배기역, 상도역이 대표적이다. 상도역이 대학 근처여서 더 비싼 것 같고 보라매역과 장승배기역이 좋은 것 같다. 단점은 주변에 유흥가가 없는 매우 조용한 곳이어서 집 앞에서 한잔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관악구 2호선 라인보다 비싸다.
 
용산구 ➡️ 서울의 한 가운데인만큼 몹시 매우 비싸다. 통장 선에서 컷이다. 딱히 장단점을 말할 필요가..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
 
영등포구 ➡️ 영등포구청역 주변인 당산역, 양평역 부근도 괜찮다고 들었다. 다만 전세는 거의 없는 것 같고 월세는 꽤 있었다. 최소 1000/60 정도는 한다. 또한 강남 가기가 조금 멀긴 하다. 봉천역이 강남역까지 18분 정도 걸린다면, 이 곳은 두배 정도 걸린다고 본다.
 
그 이외 선택하지 않은 지역은 강서구, 마곡, 회기역, 중랑구 쪽이었다. 거리가 너무 멀거나, 전세하기 위험하다고 알려졌거나, 비싸거나 등등의 이유였다.
 

집 가격은 얼마가 좋을까

나는 전세로 최대 1억 5천 정도의 집을 원했으며 반전세도 가능했다. 전세 매물도 많이 줄어든 추세에다, 전세하기가 몹시 무서워 반전세도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세를 연봉의 어느 정도로 커버할까를 고민했어야 했다.
나는 최대 25% 정도는 월세에 투자할 생각이 있었다. 연봉은 차츰 늘어갈테고, 집주인님이 허락한다면 4년 이상 오래살 집을 원하고 있으니 괜찮은 비율이라고 생각했다.
 

집을 찾는 방식

집을 찾아보면서 우선한 방식은 네이버 부동산피터팬을 통해서 주변 시세 확인 및 매물 체크를 하는 것이었다. 괜찮은 매물이 있으면 연락을 해서 방을 보고 싶다고 연락을 넣었다. 그런데 알아볼수록 무언가 이상했다. 특히 피터팬이 이상했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본 매물과 피터팬에서 본 매물의 컨디션 차이가 몹시 많이 났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매물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피터팬과 네이버 합쳐 거의 70개 정도 찜해둔 매물이 있었는데, 볼 수 있다고 하는 방은 적었다. 전략을 좀 바꾸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터팬이나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을 많이 올린, 규모가 큰 공인중개사에는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규모가 큰 만큼 나를 집중적으로 케어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이건 완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전세든 반전세는 보증금이 큰 계약이기 때문에, 내가 선택하려는 집을 꼼꼼하고 책임감 있게 추천해주실 공인중개사를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카카오맵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카카오맵에서 부동산을 검색한 후 후기가 좋은 곳들을 리스트로 만들었다. 이 때 후기가 50개가 넘어가는데 별점이 4.9인 것처럼 다수의 사람들이 평점을 너무 좋게 준 부동산은 선택하지 않았다. 그 것보다 후기가 2~3개더라도 정말 해당 부동산에서 거래를 한 것이 보이는 댓글이 있는 곳으로 정했다. 스크롤을 넘기다보면 간간히 찾을 수 있었다. 그런 곳들은 목소리와 태도부터 믿음직스러웠다. 매물을 함부로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고, 자기가 보기에 괜찮은 방이 한 개 밖에 없다는 등 오히려 신뢰감을 주는 태도였다.
 

발품을 팔아보자

첫 번째 경험, 젊은 중개사

회사 사람들도 꽤나 살고 있는 관악구부터 살펴보았다. 초년생은 엥간하면 관악구에서 방을 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다. 여기서는 두 명의 공인중개사를 만났다. 첫 번째 분은 젊은 분이고 오래 하시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른 분은 이 지역에서 오래 하시던 분이었다.
 
그 분은 전반적으로 친절했다. 매물들을 열심히 설명해주시고 발품을 팔아주셨다. 한 다섯개 봤던 것 같다. 매물을 본 이후에는 같이 매물에 대해서 분석도 해주셨다. 근저당 등의 건물 정보들을 프린트해서 안전한 매물인지 봐주셨다. 세시간 넘게 방을 알아봐주셔서, 그 분의 노고를 봐서라도 이 방들 중에서 하나 해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
 
냉정하게 생각하고 싶었다. 중개사 근처의 뼈해장국 집으로 가서 머리를 식혔다. 밥을 먹으며 생각해보니 방이 그렇게 끌리는 방들은 아니었다. 방을 구할 때에도 어느 정도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다른 지역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 순간 그분의 태도가 돌변했다. 밤늦게까지 알아봤는데 왜 그러시는 거냐, 방 처음 보셨다고 하지 않았냐는 문자가 왔다. 그 문자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나도 기분이 좀 상했지만, 그 분도 세시간 넘게 방을 보여주셨는데 결과가 없다면 아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관악구에서 나의 첫 번째 탐방은 그렇게 끝났다.
 

두 번째 경험, 경력 있는 중개사

그 다음에는 이 지역에서 좀 오래 하고 계시는 분에게 맡겼다. 앞서 말한, 카카오맵에서 리뷰를 찾는 방식을 활용했다. 밝고 정감가는 분이셨다. 비가 와서 차가 많이 막힘에도 열심히 방들을 보여주셨다. 방을 모두 보고 난 후 봤던 매물들을 정성스럽게 체크해주셨다. 무엇보다 든든했던건 위험한 전세 매물들은 안 보여주시려고 했던 태도였다. 자신이 생각하는, 안전한 매물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주시는 모습에 신뢰감이 갔다.
 
낙성대와 서울대입구역 주변에 여러 매물들을 봤다. 안전한 방들 위주로 봐서 그런지 방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사당역 주변에 나름 괜찮은 매물 (5000/40)이 있었는데 결국 계약하지 않았다. 무언가 가격에 비해 매물이 그렇게 좋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친절하게 대해주셨는데 계약까지 가지 못했던 것이 좀 아쉬웠다. 그래도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어서 추천을 한 번 해본다.

 

https://place.map.kakao.com/2072249271#comment

 

마루공인중개사사무소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245길 7 101호 (봉천동 1687-30)

place.map.kakao.com

 

결국 나의 선택

그 후로 망연자실하게 있다가, 피터팬 매물 중 용산구에 나온 매물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방이나 한 번 보러갈까 하는 마음에 연락을 했다. 직거래 매물이다보니 전에 살던 세입자가 나와서 방을 보여주었다. 6평 조금 넘지만 깔끔한 방이었다. 지은지 10년 정도 되었으니 오래된 건물도 아니었다. 그 후 부동산에 가서 해당 매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너무 깔끔했다. 공인중개사는 아주 당당한 모습이었다. 근저당이 없었으며, 해당 건물을 지을 때부터 공사에 관여하신 집주인 분이라고 하셨다. 후술하겠지만 전세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중요한데, 해당 매물은 (매매가/전세가) 비율이 50% 이하였다. 즉, 나의 방이 매매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많이 안전한 집이라는 것이다. (대출도 없기 때문에 더더욱)
 
용산은 정말 찐부자들이 사는 동네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냥 이 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얄팍하지만 공부한 지식 적어두기

매매가와 전세가

이 즈음에서 전세를 알아보기 위해 내가 알아본 얄팍한 지식들을 뽐내야 할 것 같다. 우선 전세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한 매물인가?'이다. 전세 역시 내가 방이라는 공간에 투자하는 것이다. 즉 방의 가치에 따라서 내가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
 
기본적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얼마인가가 중요하다. 만약 매매가가 5억짜리 방인데 전세가 4억으로 나왔다면, 1억 정도의 간격이 있는 것이다. 내 방에 걸린 집주인의 빛이 1억 이내라면 나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리 쉽게 계산되지는 않는다..) 

매매가가 5억인데 전세가가 4억이며 집주인의 빚이 1억 5천이라고 해보자. 내가 전세를 사는 동안에 집주인이 파산한다면, 매매한 가격인 5억 중 빚에 대한 금액 1억 5천이 제외된다. 3억 5천이다. 즉, 나는 5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세 집을 구할 때에는 매매가와 집주인의 빚이 중요한 것이다.
 
(더 깊게 생각하자면) 매매가는 좀 보수적으로 봐야한다. 집주인이 빚을 갚지 못해서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때의 가격인 '경매가'와, 현재 건물의 '매매가'는 다르기 때문이다. 경매가가 매매가보다는 낮게 책정된다. 또한 집주인의 빚이라는 것이 대출뿐만 아니라 집주인이 평소에 내던 세금 체납액도 생각해야 한다. 이 사람이 대출은 없는데 내야하는 세금을 제대로 안 냈다면, 건물을 팔 때 미납한 세금을 징수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되어야 내가 전세가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인중개사들은 대부분 집의 경매가라든지, 집주인의 체납액에 대해서는 잘 얘기를 안 해준다. 대부분 융자금, 즉 집주인이 받은 '대출' 정도만 알려준다. 중개사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경매가는 중개사가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며, 세금 체납액은 집주인의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이상 알려주기는 어려운 정보이다.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

집이 다세대주택인가 다가구주택인가 여부도 중요하다.

 

  • 다가구주택 : 집주인 한 명이 건물 전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
  • 다세대주택 : 방마다 주인이 다른 시스템

 

다가구주택은 집주인 한 명에게 건물의 모든 사람들의 앞날이 걸려 있으니 위험할 가능성이 높다. 다세대주택은 내 방에 대한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다. 방마다 주인이 다르니 그만큼 주인 리스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집주인에게 걸려 있는 액수도 적기 때문에 리스크도 적다. 그래서 다세대주택이 다가구주택보다 대출이 잘 나오는 것 같다.
 
알아볼수록 전세라는 시스템이 월세보다는 저렴하지만, 리스크를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사기란 상대방이 속이려고 하든 안 하든 벌어질 수 있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관악구에 대한 내 생각

관악구가 싼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봤을 시점에는 그리 싸지 않았다. 전세가 1억 5천 정도는 되어야 좀 괜찮은 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 나는 2층 이상에 그래도 6평은 넘는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월세는 보증금 천만원 기준으로 60은 내어야 가성비라고 여겨졌다. 방을 알아보다가 좀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관악구의 집들이 그렇게 비싼가? 전세가격은 많이 올랐는데 그만큼 매매가격은 올랐을까? 생각했을 때 그렇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관악구에 여러 지하철 노선들이 생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것은 2030년의 이야기이며 내가 전세를 구할 때 고려할 사항은 아니었다. 불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매매가를 고려했을 때 리스크가 큰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산의 집을 선택했다. 매매가가 잘 안 떨어지는 정말 부자 동네이기 때문이다. 집 자체가 비싸게 팔리는 동네인데 내가 전세가격을 못 받을리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가격 그리 나쁘지 않게 방을 구했다. 1억 4천만원에 월세 10만원이 있었다. 효창공원역 근처이며, 방은 6평에서 7평 사이이다.

 

결론

우여곡절 끝에 방을 결국 구했다! 방을 찾으러 다니는 초기에는 그저 회사로의 접근성만 고려했다. 알아보다 보니 생각보다 나의 취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오랫동안 생활할 동네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산책을 나가는 편이다. 그래서 주변에 공원이 있는지, 조용한지가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관악구는 어딜 가도 시끄러웠다. 신림역은 주변에 상가와 술집이 많은 대표적인 곳이다. 그래서 서울대 입구역이나 봉천역을 둘러보았지만, 그 곳들도 만만치 않게 시끄러웠다. (몹시 주관적인 의견이다 😀)

나는 좀 적적하고 조용한 곳에서의 삶을 선호한다. 주변에 공원이 있거나 강, 천이 있는 곳이 좋다.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놀러 가고 싶으면 지하철 타고 놀러 가면 되지 않을까? 집주변에는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조그만 집만 있으면 충분하다 🍺
 
 

 

재밌게 살고 싶은 앤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