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한 도전이라는 책을 읽고 느낀 부분이 많아 정리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스타트업의 팀원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았다. 수차례 실패하다가 만든 토스가 지금의 유니콘이 되기 까지 과정들을 담았다. 그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느껴졌던 가치들과 조언들이 나에게는 많이 유용했다.
이 글에서는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고 이에 따른 나의 생각을 정리해볼 것이다.
1. 대표가 모든 것을 관리할 수는 없다
팀원들은 필요하면 언제든 이승건을 찾았다. 신규 입사자를 상대로 매주 컬처 세션을 진행했고, 역시 매주 1대 1 Q&A 세션을 열어 종류와 내용을 가리지 않고 질문을 받았다. 이승건은 팀원 개개인에게 직접 토스 문화의 핵심 가치를 전파하고, 자율과 책임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심지어 열정도 불어넣었다.
📃323p
제갈량은 천재였지만 위임을 못했기 때문에, 전투에서 이겼을 지언정 전쟁에서는 졌다. 반대로 조조는 사마의 같은 천하의 좋은 인재를 찾아다녔고 충분히 위임했다. 사마의는 힘과 역량을 갈고 닦아 결국 천하를 통일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오래도록 지속가능 한 팀으로 성장하고 번영하려면, 동료를 더 믿고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분산해야 한다고 이승건은 스스로를 재촉했다.
📃327p
회사의 규모가 작다면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살펴볼 수도 있겠으나 이는 한계가 있는 방식이다. 규모가 커진 팀을 구석구석 관리하기에는 시간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넘어서면, 팀원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자신의 업무를 내어주고 과감하게 신경을 끊어야 한다.
그러려면 팀원들이 언제나 일을 잘 하고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내 생각에는 이 부분이 팀을 만드는 데에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각기 다른 인생을 살다와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그냥 두는 것은 대표 입장에서는 불안한 일이다. 신뢰를 쌓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사적이든 공적이든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상호 신뢰의 시작점이라고 여긴다.
이런 부분에서 이승건 대표의 행동에 공감했다. 그는 팀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팀의 모습을 그리는 설계자 역할을 한다. 팀의 문화를 어떻게 가꾸어나갈지 고민하며, 팀원들이 대표에게 궁금한 것들은 빠르게 답변하여 이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팀원들을 신뢰하여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기도 했다.
2. 과일장수는 과일을 팔기 위해 존재한다
토스가 서비스를 만드는 제1원칙인 '고객중심주의'에 대한 집착은 이때의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말은 그저 누구나 하는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실패를 견디며 깊숙이 이해한 끝에 나온 것이었다. 이후 토스의 모든 제품 원칙과 조직문화의 근간에 승리에 대한 갈망이 자리잡았다.
📃30p
10년 전 이승건이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금융을 혁신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이 겪는 불편을 찾아 해결하고 싶었다. 다만 아주 광범위한 인구가 매일 부딪히는 불편이어 서, 문제를 해결했을 때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기를 소망했다. 간편 송금에서 그 기회를 발견했고, 이후 토스팀은 줄곧 송금과 연결된 금융 영역의 문제를 푸는데 집중했다.
📃306p
저는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국회가, 법과 제도가 아니라 잃을 것 없는 스타트업이 연못에 작은 돌멩이를 던져 파문을 일으키는 것만큼 빠른 방법은 없어요."
김유리에게는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공고한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바꾸는 선한 금융 플랫폼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115p
나는 스타트업에서 하는 모든 일이 결국 과일 장수가 과일을 파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서 어떤 제품을 제작하든 그 것은 사용자를 위해서 하는 행위이다. 마치 과일 장수가 과일을 팔기 위해 존재하는 것과 같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회사 내 누군가의 선호와 취향이 아니라 '사용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이다. 제품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승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간편송금이라는 기능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문을 먼저 받고, 사람들이 이에 공감하자 제품 개발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렇듯 '사용자의 필요'를 확인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행위는 중요하다. 이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과일 장수가 한 겨울에 수박을 파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누군가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모든 걸고 뛰어들 수 있는 빠른 실행력을 가진 토스는 금융을 혁신했다. 누구나 간편하게 송금하고, 계좌를 관리하며, 대출 상품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나도 정말 간편하게 쓰고 있는 앱이다.
3.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
그래서인지 토스팀 사람들은 유난했다. '토스 한번 살펴봐달라'는 손편지를 수백장 써서 은행 지점장들에게 부쳤다. 늦은 밤 까지 일하다 퇴근해도 아침이면 1분 1초라도 빨리 사무실에 달려 가고 싶은 마음이 차올랐다고 했다. 내 손가락이 더 빨리 움직일 순 없을까 아쉬웠다고 했다. 제품을 출시한 날에도 '그동안 고생했다'고 격려하기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1시간 간격으로 밤새워 지표를 들여다봤다. 성장은 피곤도 아픔도 잊게 한다고 했다. 끝의 끝까지 파내려가야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토스팀원들이 말하는 몰입의 순간들이었다.
📃9p
안지영은 토스 론칭 직전 팀에 합류해 산적한 일을 닥치는 대로 해치웠다. 고객 문의에 직접 응대했고,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 네트워크의 토스 공식계정을 관리했으며, 기자 경력을 살려 보도 자료를 작성하는 등 언론 홍보도 마다하지 않았다. 할 일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아서 간이침대 라꾸라꾸를 회의실 한켠에 들여놓고 쪽잠을 잤다. 자취방은 일주일에 한두 번 짐을 챙기러 가는 곳이었다.
📃71p
때로는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실패한다. 대부분이라는 표현이 불분명하다면, 몇만-몇십만 중의 한 기업만이 성공한다고 하면 분명할 것이다. 그 확률을 위해 스타트업에 모든 것을 던지는 일은 논리적이지 않다. 사람은 때로 논리적이지 않은 일에 모든걸 걸기도 한다. 사람에게는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때로 어떤 동물보다 논리적이지만, 어떤 동물보다 무모하기도 하다. 토스에서는 이런 무모함이 위대한 결과를 가져왔다.
초기의 토스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유난'했다. 한 회사에서 여러가지 업무 분야를 맡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나였으면 많이 불안했을테다. 개발자인 내가 디자인과 기획, 마케팅까지 모두 담당한다면, 나의 전문성이 옅어진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안지영'님은 그런 생각을 잊고 제품을 위해 달려나갔다. 그만큼 토스 제품에 공감했고, 서로를 신뢰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자발적으로 무모해진 많은 사람들이 토스 성공의 기초를 만들어주었다.
4. 제네럴리스트와는 언젠가 이별하게 된다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에는 속도나 상황에 따른 적응력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직원을 고용할 때도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다방면에 걸쳐 박학다식한 제너럴리스트를 찾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다. 이들은 다른 역할로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조직을 키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 변화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다. 주로 초기에 전방위로 맹활약했던 제너럴리스트들이 그렇다. 조직은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겪는다.
📃146p
얼마 전에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았다. '작은 개발자'님의 '개발자 연봉 얼마 받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내용에서 억대 연봉이 되는 쉬운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네이버에서 5~10년 다닌 후 투자를 많이 받은 시리즈 C,D의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런 회사들은 앞으로 개발팀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큰 규모의 개발 환경을 오랫동안 경험해 익숙한 사람들에게 환경을 만들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는 기술에 대한 스페셜리스트들이 필요하다. 혼자서 기획과 디자인, 개발을 모두 담당하는 제네럴리스트의 역할은 점차 희미해진다. 어떻게 보면 회사의 가장 힘든 시간에 묵묵히 버텨준 팀원들인데, 회사를 키울수록 영향력이 적어진다니 안타깝다. 그래서 '회사의 성장은 나의 성장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규모가 커진다면, 큰 규모의 회사에 맞게 나의 역량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아래의 글을 읽고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스타트업에서 성장한다는 주니어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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