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천 개발자님의 "개발자로 살아남기"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적어본다. 개발자로 오래 일하고픈 사람들을 위해 노하우를 전해주는 책으로 볼 수 있겠다.

 

이 글에서는 책의 줄거리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지 않는다. 내가 쓴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읽고 나서 나의 생각에 대해서 적어두는 글이다. 다만 일부 발췌한 내용이 있다.

 

✔️ 화면에 보이는 일은 뭐든지 한다

직군마다 사용하는 언어도 상이합니다. 스택오버플로의 발표에 의하면 개발자가 자주 쓰는 언어 종류가 굉장히 많습니다. 즉 한 가지 언어만 공부해서는 제대로 개발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한 개발자가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폴리글랏 프로그래밍 시대입니다.

 

우선 필자는 비전공자에다가 1년 6개월의 짧은 경력이 있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이다. 경력에 비해 많은 경험과 생각을 했다고 자부한다만 그렇게 믿어주는 이는 많이 없을 것이다. 최근에 퇴사를 하고 프론트엔드 개발자 직무에 대한 고찰을 했었다.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싶었다. '사용자 화면에 보이는 일이면 뭐든지 한다'라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면 흔히 웹페이지를 제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프론트엔드라는 것은 결국 서비스의 앞단에서 보여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웹이든 모바일 앱이든 PC앱이든, 이 것들을 개발하는 사람이 프론트엔드 개발자라고 여겨졌다. 진정한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된다는 것은 '화면이 보여지는 곳'에 상관 없이 화면을 띄울 수 있는 개발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앞으로 폴리글랏 프로그래밍의 시대가 오는지는 나는 모른다. 아직 이 산업의 흐름을 읽을 만큼 겸험이 풍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사용자 화면에 보이는 일들을 뭐든지 한다'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환경에 나를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 직원 모두가 제품의 사용자가 되는 것

보통 직급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기 제품을 써보지 않고 관리만 하고, 개발자는 개발만 하게 되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모두가 사용 자가 되어야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필자는 제품 중에서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좋아한다. '쿠팡'이라든지 '토스' 같은 제품 말이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제품에 대해 내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재밌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을 사용해보라고 권하기도 쉽지 않을까? 부모님도 사용해보시면서 나름 뿌듯함을 느끼시지 않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품의 메이커들이 자신의 제품을 사용해보는 행위는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제품의 효용성을 스스로 느끼면 뿌듯할 것 같다. 더군다나 제품에서 부족하다든지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을 수 있을테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기에 제품에 대한 기준이 높은 메이커들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구한테도 설득력이 있는 제품이 되지 않을까?

 

✔️ 속도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므로,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 해야 합니다. 속도에 집중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 점검해야 합니다. 달리면서 방향을 정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뛰면서 지도를 못 보는 거랑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한 번씩은 멈춰 서서 자신이 올바른 곳으로 가는지, 방향이 맞는지 확인 해야합니다.

이 확인 작업을 짧은 주기로 자주 해야 합니다(애자일 방식 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목적지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목적지가 바뀌면, 그에 따라서 방향도 바꿔야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시장과 기술이 빨리 변할 때는 원래 만들고자 했던 제품을 만드는 사이에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시장마저 변할 수 있죠. 경쟁 제품도 달라지고요. 그러므로 방향을 계속 수정하며 개발해야 합니다. 느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필자는 건축공학과를 나왔다. 이름이 괜찮게 있는 학교였다. 인턴을 한 번 다녀오고 나서 인생이 허무해졌다. 이 것을 위해서 내가 대학교 4년동안 아니, 고등학교 합치면 7년을 공부했을까 싶었다. 건물을 짓는 일은 건축 현장에 계신 근로자분들이 다 알아서 하시고, 나는 그저 회사에서 나온 관리자일 뿐이었다. 수직적인 문화와 몇 년마다 바뀌는 근무환경도 한 몫했다.

 

개발이라는 새로운 진로를 정할 때에는 돌다리가 부수어질 정도로 두드려보기로 마음 먹었다. 길다면 7년이라는 시간을 무작정 달렸기에 할 수 있는 과감한 결정이자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내가 어떤 회사를 들어간다면 과연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이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는 것인지를 경계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싶다.

 

✔️ 오바하면서 살지 말자

고등학생 때 전교 1등을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결국 못하긴 했지만 요). 밤을 새워서라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싶은데, 아버지가 12시만 되면 불을 꺼버리시는 겁니다. 아버지께 여쭤봤습니다. 밤새 공부해서 1등 하 고 싶은데 왜 자꾸 불을 끄시냐고요.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밤새 공부해 서 1등 할 거면, 평생 밤샐래?"하시는 겁니다. 모든 일에는 지속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겁니다. 잠깐 무리해서 속도 를 내봤자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아닐까 한다. 내가 살아온 인생과 비슷해서 그런가 싶다. 중-고등학교 때의 나는 누구보다도 많이 공부했다고 자부한다.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공부해서 성적은 그리 탁월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못돌아갈 것 같다. 매일 야간 자율 학습을 하며 자정에 집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부족한 잠들은 과목간의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활용해 채웠었다.

 

그런 노력들을 평생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절대 못한다. 개발자를 30년 하려면 30년 동안 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해야할 것 같다. 책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말이다. 아직까지는 내가 어느 정도로 노력하는 것이 '평생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의 기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언젠가는 기준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직장에서 행복하다는 것

직원이 일을 하면서 행복한지 물어봅니다. 만약에 행복하지 않다면 이 직원은 회사를 떠날 수도 있습니다. 일을 잘하면서 행복감을 느껴야 회사에서 오랫동안 재미있게 일하고 회사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회사는 직원이 안 나갈 만큼만 월급을 주고, 직원은 회사에서 안 잘릴 만큼만 일을 한다. 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정말 이런 상태라면 좀 위험합니다. 회사는 직원이 행복감을 느낄 만큼 대우해줘야 하고, 직원도 회사가 잘될 만큼 일해야 합니다.

첫 째, 일에서 오는 행복이 있어야 합니다. 둘 째, 일을 하면서 성장해야 합니다. 공부로도 성장할 수 있지만, 일을 하면서 하는 성장이 최고입니다. 셋 째, 내 비전과 목표가 현재 일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꿈을 이루는 데 현재 일이 연결되어 있으면 됩니다.

 

디피니트라는 회사의 김도환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대표님은 삶과 인생이 적절히 조화된, 즉 work-life blending 업무 환경을 만들고 계셨다. 우리가 워라벨이라고 부르는 work-life-balance라는 단어는 삶에서 일을 분리하는 것 같아 마음에 안 든다고 하셨다. 나도 이에 동의하였다. 회사원은 주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면서 보내며, 퇴근하고 나서는 휴식을 취하며 내일을 대비한다. 즉, 주중 시간은 별로 활용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일주일의 7일에서 5일은 돈을 벌기 위해 지나가는 시간이고, 주말만을 위해 바라보면서 산다면 인생이 너무 짧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고, 같이 일하는 사람과 즐겁게 잘 지내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건축계를 떠난 이유 중 하나이다. 이 글을 쓸 때에는 충전의 시간을 마치고 함께할 회사를 찾고 있다. 힘들더라도 재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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