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3년 1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상당 부분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취업을 하면서, 서울42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서울42에 약 10개월간 있으면서의 회고
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서울42에 지원하려고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 담겼기 때문에,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1. 서울 42는 어떤 곳이고, 누구에게 추천하는가?
서울 42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육과정으로, 컴퓨터 지식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배웁니다. 처음에는 C언어로 공부하다가 C++로 넘어가고, 자바스크립트도 다룰 일이 있을 것입니다. 이 곳의 느낌은 컴퓨터공학과에서 4년동안 돈내면서 배울 것들을 우리는 돈 받으면서 2년안에 공부하자! 의 느낌입니다. 학력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실력 중심 사회가 되어가는 IT업계에서는 합리적인 생각이지요.
6주간의 선발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선발 과정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하지 않겠지만, 너무 쫄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핫. 그 후 2년동안은 정부의 지원(100만원)을 받으면서, 42에서 정해준 과제를 풉니다. 자신의 실력이 좋다면 그 기간을 줄을 수 있겠습니다. 이 과제들의 처음 부분에서는 기본적으로 함수를 짜는 방법과 c언어와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후 알고리즘을 공부할 기회, 팀플을 할 기회, 운영체제와 네트워크를 공부할 기회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2년 동안 정해진 과제를 모두 푼다면, CS지식을 고루 갖춘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모든 과제는 같은 학생들에게 2~3번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이 평가에서 결함이 없다고 생각되면 다음 과제로 넘어갑니다. 평가를 해주는 학생은 평가를 받는 학생에게, 평가지에 근거하여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지식을 모두 습득하였는지 시험해볼 수도 있겠죠.
2. 장점
장점을 먼저 나열하는 것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니, 먼저 다루어봅니다!
-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 이렇게 커뮤니티가 활발할 수 없다
-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공부할 사람들이 있다
- 어딜 가도 구할 수 없는 멘토진
- 활발한 채용설명 및 채용공고
2-1)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서울 42는 어떤 사람이든 들어올 수 있습니다. 대학생이든, 대학생이 아니든 말이죠. 따라서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리사, 체육학과, 언어학자, 회계사, 음악가, 미술가, 건축가 등 여러 분야에서 상처를 받고 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래서 그런지 아주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요.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면 시간 순삭은 기본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가끔 세션을 열기도 합니다. 미술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있을 수 있고, 음악을 해볼 수도 있어요. 이런 문화가 서울 42에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장점입니다. 얼마 전에 음악 콘서트도 홍대에서 열었다구요.
2-2) 커뮤니티의 활발함
서울 42에는 다양한 동아리가 있습니다.
사서 동아리(집현전 짱), 모닝 글로리(매일 일찍 나오는 사람들의 모임), 밴드, 아무것도 안 하는 동아리(이름이 진짜 이거임).. 등등 많아요 정말 많습니다. 커뮤니티는 아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 것 만으로 정말 큰 장점입니다. 자신이 알 수 있는 개발자들이 생긴다... 비전공자인 사람들이 개발자를 만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데 아주 큰 장점이죠. 이 사람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다는 것에 힘이 절로 생길 것입니다.
슬랙도 활발한 편이어서, 물어보고 싶은 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주 물어볼 수 있습니다.
2-3)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공부할 사람들이 있음
서울 42에는 두 곳의 공부 장소가 있습니다. 서초에 하나, 개포동에 하나 있지요. 이 곳에 가면 같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언제 친해지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동아리에 들거나 슬랙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다 보면 아는 사람이 생길 거에요. 특히 과제에 대해서 매우 박식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겁니다. 그 사람들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더라고요(개포동 2층 ㅊㅊ)
그리고 시설관리팀의 피드백도 좋아서,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개포동 1층에는 플레이스테이션, 오락기, 탁구대도 있어서 공부하다가 빡치면 내려와서 놀 수도 있어요.
2-4) 어딜 가도 구할 수 없는 멘토진
가장 큰 장점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는 현업에 가서도 잘 없죠. 상근 멘토진과 비상근 멘토진으로 나뉘는데, 이 분들은 현업에 계시거나 계셨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언어별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가서 물어보면 매우매우매우 친절하게 알려주시기 때문에 이 것도 너무 장점 진짜 장점.. 이 것만으로도 들어올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react 관련해서 멘토링을 받았는데 너무 좋았어요.
2-5) 활발한 채용설명회 및 채용공고
매주..?는 아닌가 모르겠지만 채용설명회
를 자주 여는 편입니다. 서울 42 출신으로 먼저 간 선배님들이 공고를 올리기도 하고, 채용설명회를 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신만 있으시다면 취업에 도움이 많이 되실 것 같아요.
슬랙 채널에 따로 공고
가 올라오는 곳도 있어서, 취업 정보를 많이 얻을 수도 있어요~!
2-6) 매주 강의 세션이 있음
이 것도 좋습니다. 매 주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강의
를 해주세요. 목요특강이라고 하죠? 안드로이드, 웹, 인공지능, 데이터 뿐만 아니라 회계?도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아주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주제를 들고 오셔서 강의를 해주십니다. TED같은 느낌이랄까요?
3. 단점
이제부터는 단점입니다. 제가 모든 과제를 완료하지 않은 이유가 되겠군요? 먼저 매우매우 지극히 주관적인 단점을 나열해봅니다.
- 학생이 문화를 만들어간다
- 과제 설명과 평가지의 미흡함
- 아쉬운 평가 문화
- outer circle?
3-1) 학생이 문화를 만들어간다
서울 42는 교수도, 책도 없습니다. 과제 설명만 있을 뿐이고 학생은 그 것을 해결할 뿐입니다. 42가 추구하는 바는 아무래도 학생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을 하면서 학습을 하는 것이겠지요? 그 것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저는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끼리 지식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없으면, 과제가 요구하는 지식을 모두 습득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현재 토론이 충분한 상황일까요?
3-2) 아쉬운 평가 문화
장점에서 말씀드렸듯이 서울 42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말은, 그 분들의 목적 또한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대학에 다니면서 사이드로 오시는 분들, 이 과제가 주가 되어서 매우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시는 분들, 과제는 적당히 하면서 다른 언어를 공부하려는 분들, 그냥 지원금이 좋아서 과제 밀면서 지원금을 받으려 하시는 분들..
여러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했듯이 학생이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문화를 만들어가려면 학생들의 목표가 모두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제를 밀면서 과제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서로 대화를 통해 습득해나가는 것일테죠. 하지만 가끔, 아니 오히려 많은 학생일 수도 있을텐데, 다음 과제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공부하고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가에서 서로 지식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과제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3-3) 과제 설명과 평가지의 미흡함
서울 42에서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은 각 과제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평가지
입니다. 과제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학생이 검색을 하든, 책을 읽든, 다른 학생과 토론을 하든지 해서 배웁니다. 그런데 과제 설명에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떤 지식을 습득하라고 하는 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만들라고 하는 줄은 알겠는데요.
평가지가 미흡한 것 역시 큰일입니다. 제가 모든 과제를 수행한 것은 아닙니다. 반도 못 했다고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제가 해보지 못한 과제의 평가자로써, 평가를 해본 것들이 있습니다. 평가 경험과 지금까지를 미루어 봤을 때, 과제 평가지들은 지나치게 '구현'에 집중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가 과정에서 '지식'에 대한 논의를 하며 서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제의 평가지들은 꼼꼼하게 예외처리를 한 함수
를 만들었는 지를 검증했습니다. 어떤 지식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시오.
라는 항목이 부족했어요.
얼마 전에 받은 평가를 예로 들어봅니다. 그 과제는 bash shell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보는 과제였지요. 1시간이 넘게 테스트 케이스
를 검증을 받고 나서야 평가가 끝났습니다. 그 평가에서 shell이란 무엇인지, process란 무엇인지, pipe가 어떻게 구동이 되는지, 이 과제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습니다. 얼마나 프로그램을 예외사항이 없이 꼼꼼히 구현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3-4) 지식을 토론하는 평가자는 꼼꼼한 평가자일까?
이런 지식들을 평가 받는 사람(피평가자)에게 질문하는 것은, '지식'을 공유하는 관점에서 매우 좋은 행위입니다. CS지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매우 지극히 정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서울 42에서 이런 지식을 물어보는 평가자는, 꼼꼼한 평가자
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평가지에도 없는 사항을 물어보니까요. 평가자가 그런 것들을 물어볼수록 평가 시간은 점점 늘어만 갑니다. 기준 평가 시간(42에서 이 만큼 걸리겠거니 하는 시간)이 45분인 평가가 2시간 짜리 평가가 될 수도 있죠. 이들은 꼼꼼한 평가자가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평가자가 되어야 합니다.
평가지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통과한다면 평가자 입장에서도 과제를 통과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격사유가 없으니까요. 그 상황에서
"저는 이 지식이 부족하신 것 같아서 fail을 드리겠습니다" 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너무 어렵습니다.
"평가지의 평가 항목을 모두 통과하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가 일반적이지요.
평가지가 꼼꼼하지 않은데, 평가자가 꼼꼼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닐까요? 평가에서 지식을 논하지 못하다보니, 비전공자들은 CS지식을 내가 잘 습득을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알고리즘에 대한 과제를 풀었다고 한다면, 알고리즘에 대한 지식을 얼마나 습득했다고 검증이 되었을까요? 그 것은 평가지의 평가 항목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일 것입니다. 과제를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제에서 공부하라고 의도한 (의도 했다고 생각됩니다) 지식을 모두 깨우쳤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4. 결론
서울 42을 정의하자면 '취업을 위한 과정'이라기 보다, 공부를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훌륭한 멘토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좋은 강의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42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컴퓨터의 기반 지식들입니다. 취업을 하고 싶다면 그 지식들에 더해 취업에 필요한 기술들을 배워 나가야 하는 것
입니다. 교육기관에 들어오는 학생들 중에서 취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거의 없을겁니다. 취미로 코딩을 배우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이 학생들은 '공부를 위한 과정'에 자신들의 2년을 투자해야 합니다. (물론 실력이 출중하다면 더 짧을 수 있겠죠)
그러기에 제가 누구에게 서울 42를 추천해야 한다면, 취업이 급하지 않은 사람
일 것입니다. 그리고, 과제 마감 기한의 압박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추천할 것입니다. 선생님도 없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없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을거에요.
개인적으로 서울 42에 이제 들어오려고 하신다면, 취업을 하실 것이라면 minishell이라는 과제 전에 취업을 위한 기술을 공부하고 취업준비를 하는게 좋습니다. misishell을 해버리셨다면, c++ 과제를 마친 타이밍이 두 번째입니다. (이 때가 과제 마감 기한이 널널해서) 이 때에도 취업을 못하셨으면 모든 과제를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과제를 집중적으로 하시면서 CS지식을 얻으려고 하신다면, 동아리를 적극 활용하세요. 과제 지식에 대한 토론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동아리가 있습니다. (저는 그 동아리 사람이 아니었지만!) 혹은 고수들이 않는 자리가 있는데 그 주변에 앉아서 대화를 많이 하세요.
서울 42에서 학습을 시키고자 하는 것들이 꼭 배워야 하는 지식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주니어인 제가 알 수는 없지요. 다만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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