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준을 마치고 한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40-50대 남성을 위한 패션 플랫폼인 '애슬러'를 만드는 회사이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면접을 몇 번 보았다.
우선 나는 면접에 대한 경험이 많이 없다. 이전 회사가 나의 첫 회사였으며, 다른 회사 면접을 거의 안 보고 입사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면접이라고 하면 '회사에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되었다.
면접을 이전보다는 더 많이 보았다. 개발자분과 CTO분들, 대표님들이 좋은 얘기를 해주셨다. 면접이 '좋은 사람들과 대화'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 중에서 생각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어 적어보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카본사우르스의 CTO 김양귀 님.
좋은 CTO의 중요성
미래에는 기업마다 배출할 수 있는 탄소가 정해질 것이라고 한다. 기업마다 얼만큼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고, 배출량을 초과한다면 얼마를 내야 하는지 산정할 필요가 있어진다. 이를 '탄소 회계'라고 한다. 카본사우르스는 탄소 회계를 다루는 회사이다. 나는 내가 가진 기술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탄소 회계 분야에서 일을 한다면 다른 회사들을 도울 수 있을 뿐더러 기후에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지원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 한 분과 김양귀 CTO님께서 면접에 참여하셨다. 내가 가진 이력에 대해서 진심으로 궁금해해주시며 면접을 진행하셨다. 면접 중간에 자신이 거처간 회사에서 생긴 경험과, 생각하시는 올바른 업무 문화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요즘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면접을 보러왔을테다. 힘드실만 한데도 열심히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좋았다. '지원자에게 이런 배려를 보이시는 분이라면, 같이 일할 때에는 말할 것도 없겠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의 효율을 정말 중요시하고, 괜찮은 개발 문화가 있다면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시고 계셨다. 이런 CTO가 있다면 다른 개발자들이, 기술에 대한 고민 없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리더는 팀원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이 분을 만나고부터 들었다.
면접에서는 내가 내 장점에 대한 어필을 잘 못했던 것 같다.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근거를 피력했어야 했다. "면접에서 떨어지시더라도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금 회사 제품에 맞는 사람을 채용해서 그러는 것이에요." 라는 말씀에서 내가 떨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결과가 나왔을 때에도 부족했던 부분을 잘 인지하고 보완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회사의 규모에 상관 없이 좋은 CTO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개발자의 성장에 중요한 듯하다.
강남언니의 프론트엔드 개발자 Carter님.
사용한 기술은 정확히 알도록 하자
'강남언니'라는 회사는 제품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기술에 관심이 있었다. 각 병원에 맞추어 다른 기능을 제공하기 위하여 ‘micro frontend’ 환경을 구축하셨다는 블로그를 본 적이 있다. 그 글의 저자가 Carter셨다. 그래서인지 면접을 보기 전에도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면접이지만 일방적으로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사용했던 모든 기술들에 대해서 한 번씩 훑어주시면서 내가 그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왜 그런 기술을 사용했는지 궁금해하셨다. 내가 만약 모른다면 하나하나 알려주셨고 그 행동이 감사했다.
NextJS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NextJS는 ReactJS 18버전에서 SSR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편리하게 구현해주기 위해 탄생한 프레임워크라고 한다. ReactJS와 NodeJS를 활용하면 SSR을 구현할 수 있으며 NextJS도 이렇게 구현되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음에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사용했던 기술에 대해서 자세히 공부해야 겠다고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볼타의 대표 진태양님.
아니 이런 회사가?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볼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채용 공고가 인상적이었다. 성공에 대한 확신에 찬 문구, 'N인분을 할 수 있는 팀원'을 찾는으신다는 말. 합격과는 별개로 한 번 대화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범상치 않은 커리어를 가지신 분이었다. 중3때 연 4000만원을 버는 일을 하셨다.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비전, 동료들을 모으는 기준, 일의 기준과 휴식의 기준 모든 것에 고민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객관적인 근거가 있었다. 듣는 사람이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괜찮은 근거였다. 나의 얘기를 한 기억보다 들은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
현재 5명의 팀원들이 있고 기존 팀원들과 다른 캐릭터를 가진 지원자를 찾고 있으셨다. 사실 난 그 말을 아직까지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마 스스로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팀원을 찾고 계신 것 같았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갈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라고 여겨졌다. 회사에 알맞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시고 계심은 분명했다.
면접을 본 것은 잘한 일이었다. 일에 자부심과 열정이 가득한 사람을 만나 열기가 옮겨 붙었다. 바쁘신 시간을 내주어 내가 궁금한 것들을 친절하고 자세히 답변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디피니트의 대표 김도환님.
믿음직한 선장님, 진심을 다하는 회사
디피니트라는 회사는 채용 공고가 눈에 띠었다. 글쓰기 방식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대표가 왜 회사를 차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적어두셨다. 감성적인 문구들이었다. 얘기를 나누어보고 싶었다.
첫 번째 면접은 화상 면접이었다. 질문들은 하나같이 나에 대해서 알기 위한 질문들이었다. 개발자로서 존재하는 나에 대한 생각. 왜 개발자를 하는지, 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1시간 반 동안 얘기했다. 서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진심으로 궁금해 하셔서 감동이었다.
두 번째 만남은 회사에서 이루어졌다. 매우 기본적인 기술 면접이었다. 답변이 끝난 후, 컬처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직원이 아닌 팀원을 모집하고 계셨다. 디피니트라는 배에 올라탈 선원을 찾고 계셨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팀원을 원하셨다. 얼마나 진정성 있게 팀을 구성하시는지 느껴졌다. 회사를 믿지 않겠다 다짐했던 나조차도 한 번 믿어볼까 생각이 들었었다.
디피니트에 가지 못했다. 기존에 있었던 팀원들이, 경력이 더 많은 개발자를 선호하셨다고 한다. 그 결정도 멋졌다. 팀원들의 의견을 들어 자신의 의견을 바꿀 수 있는 대표라니, 오히려 팀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지나갔지만 좋은 인연이 된 것 같다. 링크드인으로 간간히 연락하면서 지내고 싶다.
바인드의 프론트엔드 개발자 Charie, 대표 Luke.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팀원들
패션 플랫폼을 개발해보고 싶어서 '혁신의 숲'이라는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을 뒤져보다가 발견했다. 마침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었다. 남성의 40-50대를 '누군가의 아빠라는 몇 십년간 책임으로 힘을 다해온 이들이, 오로지 자신을 위해 운동과 여가로 채우며 살아가는 시점' 이라고 정의하였다. 아버지 생각이 나는 문장이었다.
총 두 번의 면접이 진행되었고 첫 번째 면접은 기술 면접이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 찰리와, PM 및 개발을 맡고 있는 토니가 면접에 들어오셨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개발을 하는지에 궁금해 하셨었다. "나는 개발이라는 행위가 제품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하였다. 내가 적었던 블로그 글들이라든지, 이력서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고 오셨어서 기분이 좋았다.
찰리는 나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 개발자라고 느껴졌다. 이전 회사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웹 성능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연구를 했었다. 찰리는 앱개발을 하고 있지만 성능에 대한 고민을 언제나 하고 있었다. 옆에서 개발과 성능 개선을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관심사도 비슷했고 같이 일하면 시너지가 날 것 같았다. 좋은 인상을 받았다.
2차 면접은 대표인 루크와 함께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고 결정을 하는지 알고 싶어 하셨다. 무서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생각 깊숙한 곳까지 알고 싶어 하셨다. 내가 어떤 것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얘기했다면 바로 알아차리셨을 것 같다. 나는 그냥 내가 평소에 개발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말했다. 팀에 합류한다면 왜 합류하는지, 어떻게 일할 것인지도 어필했었던 것 같다. 면접 때에는 내가 붙을지 잘 몰랐다.
한 주 후에 연락이 왔다.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사실 다른 회사에 이미 합격한 상황이었다. 그 회사에서 할 일이 내가 지금껏 해왔던 일과 비슷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 회사를 가려고 했다. 간단히 결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바인드의 인사담당자인 써니에게 전화를 걸어 고민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써니는 자신이 어떤 문화를 도입하고 싶어하시는지 한시간을 넘게 얘기해주셨다.
찰리와 일해도 잘 맞을 것 같고 써니가 나를 필요로 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나를 설득하느라 고생하신 써니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다. 3개월은 지나야 이 회사와 내가 잘 맞는지 알게 될 것 같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천천히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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