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나와 4개월만에 다른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전 회사를 다닐 때에는 이력서와 면접을 이만큼 열심히 준비하지는 않았다. 이번 이직할 때에는 준비할 시간이 있어 나름대로 전략을 짰다.
지금은 회사에 지원하는 사람은 많고, 입사할 수 있는 포지션은 적은 시장이다. 적어도 개발자 포지션은 그렇다. 이 시장에 맞는 입사 전략을 짤 필요가 있었다. 이 글에서는 어떤 식으로 취업을 준비했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내 이력서를 한번 더 보게 할 수 있을까
이력서를 작성하며 인사담당자에게 공감하기
수요는 적지만 공급은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한 명의 인사담당자가 검토해야 하는 이력서 수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담당자는 어떤 이력서를 원할까?
담당자 입장에서는 '회사'와 '직무'에 맞는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성과다. 잘 맞는 이유를 빠르게 알 수 있는 이력서를 한번 더 검토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원동기'와 '지원자격에 대한 답변'을 이력서에 같이 적었다. 지원하는 직무에 잘 맞는 이유를 내가 먼저 제시할 수 있다. 선빵필승인 것이다. 이 사람이 왜 지원했는지, 해당 직무에 잘 맞는지를 적게 고민할 수 있기 때문에, 담당자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지원동기를 어떻게 잘 작성할 수 있을까? 나의 노하우는 이렇다.
- 나의 능력과 경력을 나열해 노트에 적어둔다
- 회사 정보와 직무를 검색한다
- 능력과 경력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어필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는 A라는 분야를 혁신한 경험이 있다. 마침 지원하는 회사는 로봇 분야를 혁신하고 있다. 이 때에는 '혁신'이라는 공통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적을 수 있다. "A라는 분야를 혁신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로봇 분야를 혁신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혹은 내가 소통에 강점이 있다고 해보자. 리더도 해봤다. 마침 지원하는 회사가 소통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컬쳐핏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이렇게 적을 것이다. "나는 리더 경험이 있어 소통에 강점이 있다. 소통을 중요시하는 귀사의 문화와 맞는다."
이렇게 '나는 어떤 경험(능력)이 있어 귀사와 잘 맞는다' 의 방식으로 글을 전개했다.
'지원자격에 대한 답변'도 잊지 않고 적었다. 채용공고를 보면 아래와 같이 적어둔 회사들이 많다.
- HTML/CSS: 웹 표준을 준수한 마크업 및 스타일링 능력
- JavaScript: ES6 이상의 자바스크립트 문법 이해 및 활용 능력
- 프레임워크/라이브러리: React, Vue.js, Angular 등의 프레임워크 경험
- 버전 관리: Git을 사용한 코드 관리 및 협업 경험
- 반응형 웹 디자인: 다양한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UI 구현 능력
- 웹 성능 최적화: 웹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최적화 기술 이해
나는 여섯가지 요구사항 중에서 내가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어필했다. 예를 들어 'A라는 컴포넌트를 리팩토링하여 45%의 성능을 개선한 경험' 이라는 글을 지원동기 다음에 나열해두는 것이다. 이렇게 적어두면 기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인사담당자라 하더라도, 채용 공고와 비교해가며 직무에 대한 핏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동기와 자격요건에 대한 답변을 A4용지 기준으로 한 눈에 들어오도록 구성하는 것이다.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한 눈에 확인했다면 굳이 이력서를 더 내려보지 않아도, 한번 더 확인하고 싶은 이력서가 된다.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 지원동기
A라는 분야를 혁신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로봇 분야를 혁신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저는 리더 경험이 있어 소통에 강점이 있습니다다. 소통을 중요시하는 귀사의 문화와 맞습니다.
...
- 지원 자격에 대한 답변
ReactJS를 현업에서 사용하여 출시해본 경험
A라는 컴포넌트를 리팩토링하여 45%의 성능을 개선한 경험
...
나는 세일즈맨이다
면접이 끝나도 기억에 남는 지원자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면, 면접이 끝나고 나서 바로 결과를 내지 않을 것이다.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 후 결정을 내린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면접이 끝나도 기억에 남는 지원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다음을 준비했다.
- 기술 면접은 자주 나오는 것들만 준비한다. 몇가지는 답변 못해도 괜찮다.
- 면접관의 뇌리에 새길 세 가지 필살기를 준비한다. "이 것들만 말해도 성공이다!"
- 인성 면접은 평소 내가 생각하던 그대로 꾸밈 없이 얘기한다.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기술 면접은 100명이 보러 온다고 하면 100명 대부분 질문이 비슷하다. 답변도 비슷하다. 기술 면접의 답변으로 면접관의 기억에 남기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답변은 몇개 틀려도 괜찮으니 기본적인 것들만 준비해가도 괜찮다. 짧게, 핵심만, 아는 척 하지 말고 얘기해보는게 어떨까. 경험상 면접관은 기술 면접에 대한 답변 보다는, 프로젝트 경험이나 실무 경험에 대한 생각과 답변에 더 관심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해당 직무에 뽑혀야만 하는 이유를 세가지 준비해서 말하는 것이다. 나는 주로 이력서에서 적은 지원동기와 지원자격에 대한 답변들을 더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력서의 한 줄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말이다. 지원 자격에 '성능'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면 왜 성능 개선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했는지 상세하게 말씀드리자. 회사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인재로 보일 것이다.
세가지를 모두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쉽게 나지 않는다. 면접관이 내가 원하는 질문을 안하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면접 중간에 어필할 기회를 계속 탐색해야 한다. 만약 세가지를 모두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면, 면접이 끝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부탁드려 모두 하였다. 이 때 면접관들도 오히려 적극적인 모습에 좋아해주셨다.
원티드가 다가 아니다
회사에 '나'라는 물건 팔아보기
취업은 자신을 누군가에게 판매하는 일과 비슷하다. 상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사람을 잘 찾아야 한다. 특히 공급이 많은 지금 시장에서는 더더욱이다. 구매자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원티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입사하는 회사는 ‘혁신의 숲’을 구경하다가 발견했다. 구경하던 회사를 검색해보면서 회사소개와 지원 공고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취업 시장에서는 로켓펀치, 점핏, 그룹바이 등 원티드가 아닌 채용 사이트도 한번씩 들어가보아야 한다. 원티드에 대부분 있는 공고들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니까 들어가보자.
일부 회사는 원티드에 안 올리는 경우가 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네 가지 유형이 있었다.
1. 원티드에 올리지 않아도 될만큼 회사가 유명하다.
2. 원티드에 담지 못할 만큼 뽑는 포지션이 많다.
3. 인사 or 채용 관련 제품을 제작하는 회사이다.
4. 그냥 안 올렸다.
공채를 할 만큼 회사가 유명하다면 굳이 원티드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회사는 20명을 넘게 한 번에 뽑아야 하는 상황이 있다. 이 때 원티드에 모두 올리기 어려워 자체 채용 사이트에만 올리는 경우가 있다.
'그리팅'과 같은 채용 관련 회사는 당연히 원티드에 공고를 올리지 않지만 좋은 회사이다.
그냥 안 올렸던 경우도 있었다. 원티드에 올리고 싶지 않았을 수도, 원티드에 올리는 것을 잊어버렸을 수도, 포지션이 열린지 얼마 되지 않아 원티드에는 아직 안 올렸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혁신의 숲'이라는 사이트를 자주 들여다보았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회사의 제품 카테고리, 투자 규모, 고용 인원 등을 잘 구별하여 회사 정보를 제공한다. 구경하면서 괜찮아보이는 회사가 있다면 해당 회사가 채용중인지 체크해보았다. 이 방법은 구직 포지션을 찾기에 확률이 높은 방법은 아니지만, 만약 찾는다면 원티드에 있는 모집 공고보다 합격률이 높을 수도 있다.
Outro
나는 이런 방식으로 취업 준비를 했다. 운이 좋게도,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회사에 빠르게 들어가게 되었다. 운이 좋았을 뿐, 100개 넘게 이력서를 넣는, '장기전'을 각오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분명 힘들고 불안하겠지만 시장에 따라 전략만 잘 짠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들 이력서와 면접 많이 경험해보고, 코딩테스트도 준비해서 취업 잘 하셨으면 좋겠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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