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에 강릉 여행을 다녀왔었다. '율곡 기념관'을 들렀다. 그곳에는 율곡 이이가 초보 후학들을 위해 지은 책의 내용이 적혀 있었고, 그 책을 '격몽요결'이라 한다. 그중 한 문구가 기억난다. 제 4장 '독서' 장에 적혀 있는 글귀이다.
04-02
무릇 독서하는 사람은 반드시 단정히 손을 마주 잡고 반듯하게 앉아, 공손히 책을 펴놓고,
마음을 오로지 하고 뜻을 모아, 정밀하게 생각하고, 오래 읽어 깊이 생각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서 그 글의 의미와 뜻을 깊이 터득하고 글 구절마다 반드시 자기가 실천할 방법을 구해 본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고 입으로만 글을 읽을 뿐 마음으로는 본받지 않고, 몸으로 행하지 않는다면
책은 책대로 있고, 나는 나대로 따로 있을 뿐이니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
이 글을 읽고 실천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경험이 기억났다.
군대에서 많은 책을 읽었다. 뭐든지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데 공부할 것이 없어 책을 읽었다. 읽으면 까먹어서 글로 남겼다. 남긴 글에 100권 이상의 독서록이 발견되었으니 실제로는 더 많이 읽었다. 내가 나온 공군은 입대 후 730일이 지나야 전역할 수 있으니, 일주일에 하나 넘게 읽은 것이 된다. 평일에는 근무했기에, 시간으로 따지면 근무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은 책을 읽었다고 보면 된다.
전역하고 5년이 지났다. 100권이 넘는 책을 읽었지만, 내용이나 문구가 기억나는 책은 많이 없다. '세계사 편력'이라든지 '총, 균, 쇠'와 같이 역사를 다루는 책들은 도무지 한 줄도 기억나지 않는다. '라틴어 수업'이나 '개인주의자 선언'과 같이 누군가의 생각이나 강의를 적어둔 책은 아주 조금 기억난다.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책은 '작가의 문장 수업'이라는 책이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외우듯이 읽었다. 글감을 어떻게 잡는지, 글을 어떻게 전개하고 나누는지, 퇴고는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최대한 독자가 알기 쉽도록 글을 쓰려고 한 것이 그때부터였다.
'작가의 문장수업'이라는 책은 내가 실천하려고 했던 내용들을 담고 있어 기억이 나는 것 같다. 글을 잘 쓰기 위해 공부한 것들을 의식했다. 다른 책들도 내용을 듣는다면 얼핏 기억나겠지만, 지금은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책들을 읽기로 했다. 나는 개발자니까 개발에 관련된 책들을 주로 읽는다. 다른 개발자의 블로그와 링크드인을 읽기도 한다. 익히고 실천할 수 있는 지식을 계속 습득하고 싶다.
격묭요결 내용 출처 : https://whs.inha.ac.kr/~ssyim/book/book4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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