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사실 회사를 나온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결정된 일이었습니다.
22년 9월 입사하고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이직을 해야하지 않을까 고민을 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저에게는 맞지 않는 회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겁이 많이 나기도 했습니다. 나는 기껏해야 경력 1년 6개월 있는 비전공자 프론트엔드 개발자인데 🥺
왜 이 회사에서 만족하지 못할까에 대해서 돌아봤었습니다.
뭔가.. 일에 대한 보람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내 인생의 대부분이 일을 하는 시간일텐데,
이렇게 일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웹 빌더를 만드는 회사를 다녔었어요. 웹 빌더란 코딩 없이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는 도구이지요.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드래그 앤 드롭만 하면 웹사이트가 뚝딱 만들어집니다.
이 회사에 입사한 계기 그 자체였습니다.
개발자로서는 이만큼 도전의식이 들끓는 과제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웹사이트를 너머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는 도구를 제작한다니!
웹 개발 실력 향상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리고 대표님과 얘기했을 때 제가 이 일의 적임자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마음이 더 끌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1년 동안은 성장했었습니다.
제가 프로토타입부터 많은 것들을 신경써야 했기에, 쉬운 일이 아녔습니다.
늘 버겁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습니다.
회사일 자체에도 미숙하여 일의 우선순위를 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는 신입과 경력을 나누는 포인트라고 생각이 됩니당.
어떤 일을 우선으로 해야하는지에 대한 감이라고 할 수 있죠-!
개발자로서의 성장과, 회사원으로서의 성장이 둘 다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프로토타입부터 만들었던 제품이 출시까지 이루어졌었습니다.
뿌듯하고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때 까지만해도 사용자가 나날이 늘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
그렇게 6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나가버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출시를 했지만 사용자가 거의 없다시피 했었습니다.
1년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만든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부터 나는 알았기 때문이에요.
이 제품은 사용자가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아직은 이 제품이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장 주변 사람들에게 웹사이트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이해가 쉽지요.
눈물이 차오르게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제품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웹빌더의 붐이 온다는 것에는 동의했습니다.
02. 나는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어하나
저는 오래 기다리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용자가 당장 있기를 갈구했던 것 같아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고 거기서 힘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만드는 제품을 소개하고 자랑하고 싶었어요.
또한 열정적으로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팀원들과 함께 목표를 정하고 이루어나가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라면 일을 많이 하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주 스타트업 인재잖아
회사에서 1년 6개월이 지났을 무렵 이 회사에서 저의 역할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표님과 팀장님도 제가 이 곳에 어울리지 않는 인재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저 저는 제가 시작한 에디터를 끝마치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출시를 하게 되었고 저는 회사를 떠났습니다.
03. 당돌한 유럽 여행
결정은 과감하게 하는 스타일이지요.
퇴직금을 받고 제가 했던 일은 유럽 여행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에서 이렇게 여행가기 좋은 타이밍이 있을까? 3월이면 유럽도 딱 날씨가 좋았습니다.
시간도 있고 돈도 있다니. 안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과감하게 마음먹고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런던 > 파리 > 바르셀로나 > 마요르카 > 밀라노 > 피렌체 > 로마를 다녀왔습니다.
1달이나 되는 대장정이었습니다.
가장 감동이었던 것은 미술과 건축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미술을 접할 일이 없었는데, 유럽은 다들 미술과 건축을 감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저의 일상과 여행에서의 일상이 너무 달라, 한국에서의 저와 분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실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회사에서의 퇴사도, 백수라는 불안감도.
제가 가장 좋아한 나라는 스페인🇪🇦 이었습니다. 온도가 따숩고 바다가 아름다워요.
건축물도 말할 것 없었습니다. 8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이 계속 생각나서 힘이 되네욤.
그 동안 달려왔던 저에게 휴식이 되었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보자는 다짐이 되었습니다. 후회 없음!!
04. 취업을 피할 수는 없지
유럽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다시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 ⏱️)
1년 6개월 동안 모았던 제 돈들이 모두 사라졌습죠.
4월 중순부터 천천히 취업할 회사를 찾아 나섰습니다.
무조건 사용자가 있는 회사를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B2C 회사를 찾아 나서는게 좋을 듯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를 다니는 것이 돈 뿐만 아닌 다른 이유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육 분야로 가보고 싶었습니다. 교육이야 말로 직접적을 도움이 되는 분야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비전공자인 제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된 것도 42서울이라는 교육기관 덕분이었답니다.
열심히 하는 학생들의 열정을 보고 느끼는 것을 좋아합니다.
왠지 뭉클하고 나도 더 열심히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요.
회사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나름 서류 합격률은 높았지만, 회사와 나 사이에서 핏이 안 맞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 1개월 반 정도까지 봤던 면접은, 면접관에게 저의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에 대한 연습이었어요.
회사에 대한 안목도 조금씩 생겼었죠.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감이 딱 잡히더라구요.
나는 어떤 회사를 가고 싶어하고, 면접에서는 어떻게 어필해야 나를 모두 보여줄 수 있을지 말이지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할 회사를 많이 찾아보는 것이라고 강조하겠습니다.
혁신의 숲 사이트를 꼭 애용하세요..! 지금 다니는 회사도 혁신의 숲에서 찾았습니다 ㅎㅎ
두 군데의 회사에 합격했었습니다.
한 군데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데이터 라벨링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곳이었습니다.
웹사이트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저로서는 익숙한 환경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 혹하게 하는 복지가 아주 끌렸습니다.
여름 방학, 식대 지원, 일정 주기마다 휴가 지급 등..
안 가면 손해일 것 같은 복지들이었습니다.
다른 한 군데는 복지라는 것이 아직 없었습니다.
40-50대의 남성을 위한 패션 앱을 제작하더라구요.
사실 연봉과 복지 모두 첫 번째 회사보다는 낮았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첫 번째 회사가 조건이 더 좋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왜인지 두 번째 회사에 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죠.
대표가 참 신기한 느낌이었습니다. 은은하게 돌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일에 대한 신념을 말했습니다.
혼자 산책하면서 하던 생각들이라 편안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일을 같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팀을 알아보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일찍 퇴근하지 않더라도, 좋은 팀원들이 열정적으로 만드는 환경을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팀을 위해서라면 헌신할 수 있다고 얘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과하게 얘기한 것 같긴 한데..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긴 합니다 😎
다행히도 이 회사는 그런 회사였습니다. 2차 면접을 본 지 1주일 뒤에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Andrew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요-!
05. 바인드의 앤드류로서 6개월
사실 처음에는 참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어요. 🫠
누가 리액트를 하면 리액트 네이티브를 할 수 있다고했던가요. 가만 안 둡니다.
많은 장애물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프론트엔드 개발자와의 협업을 하는 방법을 맞춰나갔어야 했어요.
기존 팀원들과의 신뢰를 빠르게 쌓아야 했습니다.
다들 두뇌가 명석하고 학벌이 짱짱해서 좀 쫄긴 했습니다.
입사 초기의 저는 앱 개발이 처음이기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존재였지 않았나 합니다 (부끄)
기존에 계셨던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이 제 코드를 봐주시느라 시간을 정말 많이 썼었죠.
아마 그렇게 꼼꼼히 봐주시지 않았더라면 앱이 터지거나, 제가 코드에 더 늦게 녹아들었을 것 같습니다.
한 동안은 제가 할 수 있다고 얘기한 시간보다 일이 더 오래 걸렸었습니다.
다른 개발자들이 많이 도와주고, 코박고 열심히 일하다보니까 좀 나아진 것 같아요.
지금은 이런저런 평범하고 자잘한 업무들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
보고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운좋게도 지금 팀원들은 보고 배울점이 많습니다.
일 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많이 자극 받습니다.
일도 열심히 하는데 취미 부자들이셔서 인생 참 재밌게 사셔요.
믿고 같이 뛰고 싶은 동료들이 많아서
제가 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가 요즘 가장 큰 고민입니다.
무언가 선굵은 장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
회사는 당연하게도 잘 되고 있습니다.
잘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 되게 만들 사람들이 아니라서요.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는 공개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
그리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훠얼씬 공격적인 매출 목표를 세웠지요
주변 사람들이 너무나도 능력자인 것 같아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집에 오면 무언가 공부를 해야할 것 같고..
회사가 성장하는 걸 보면 무언가 일을 더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커져가는 회사에는 처음 있어봐서 어떻게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내년에는 회사가 더 커질텐데 저 스스로가 어떤 모습일지 저도 기대가 되네요.
그래서 내년 목표는.. 바인드에서 잘 살아남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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