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회고는 일기와 비슷하다. 그 때의 감정을 그 순간에 잡아두는 곳. 그 곳이 나에게는 회고다.
이번에는 잡아둔지 꽤 되었다. 작년 말, 작년에 대한 전체 회고를 하고는, 이제 8월이다.
올해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올 초에 들었던 생각, 느꼈던 감정들은 많이 희미해졌다. 그래도 주섬주섬 적어보겠다.
여름이 오기 전, 파도
7월이 되기 전, 나에게 두 번의 파도가 밀려왔다.
제품이 성장하는 것에 만족감과 재미를 느낀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좋아하는 걸꺼다.
우리 회사에 바람이 많이 불었다.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다. 누군가와의 마찰이 우리 회사의 성장을 몇단계 늦추었다.
정신 없는 와중에 팀원들이 믿음으로 뭉쳤다. 물론 힘들었다.
어린 사람들이 서로를 묶어, 힘들다는 얘기를 서로 한 적도 없이 그 파도를 견뎌내었다.
그 것이 나에게 밀려온 첫 번째 파도였다.
두 번째 파도는 나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무력감과 불안이라는 바람.
내가 여기서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고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걱정. 개발자라면 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다.
이 회사에서 정녕 나는 쓸모가 '많은' 존재인가 감정.
"성장하고 있다, 이만하면 잘 하고 있다" 생각하더라도 회사에서 그렇게 빛나는 존재가 아닌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나를 잠기게 했다.
회사일을 잘 하려고 일도 더 하고 공부도 한다. 같은 노력으로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똑똑한 영재들 사이에서 내가 앞으로도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스타트업이고 IT 업계라면 내가 앞으로 빛나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 것에 대한 고민이었다. 프론트엔드라는 직업도 불안했다.
프론트엔드는 기획과 디자인, 개발의 마지막 단계다. 우리 회사의 규모에서는 꼼꼼한 QA를 바랄 수 없다.
내가 꼼꼼해야 한다. 꼼꼼히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냥 나 스스로 그랬다.
react native 라는 도구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어렵다. react가 그립다.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니.
돈은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의 미래는 그릴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
10년뒤면 내 직업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니. 50, 60대에 개발을 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이렇게나 적어진다니.
내가 하는 일이 맞는걸까. 시름에 잠에 못들기도 했다. 내 안에서 만들어진 파도였다.
스타트업 직원은 약간 미친겁니다
과거를 돌아봤다. 스타트업은 대체 왜 다니는걸까. 어떤 사람이 무엇을 얻으려고 가는걸까?
부자가 되려고 간다고 할 수 있겠다. 스톡옵션을 받아 회사를 상장시켜, 월급 이상의 돈을 버는 것이다.
그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 상장까지 가기 위한 길이 험난하다.
"네카라쿠배당토"라고 하지만 당근과 토스는 아직 상장하지 못했다.
야놀자는 2.4조원을 투자 받았지만 올해 상장이 될지도 미지수다. 컬리도, 무신사도 모두 상장하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은, 유니콘이 되더라도 상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서있다.
언젠가 다가올 상장을 기대하며 스톡옵션으로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너무 멀고 희박한 목표이다.
다시, 스타트업에 왜 다녀야 하는걸까.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복지도 없고 돈도 많이 안 준다.
명절에 회사측에서, 직원의 부모님에게 선물을 보내드리는, 다른 친구들의 회사를 부러워할 수도 있다.
대부분 점심 식대도 안 줄 것이다. 그런데 회사가 크려면 야근은 해야한다.
스타트업에 가려면 약간 미쳐야 한다고 본다. 왜 스타트업을 선택해야 할까.
사람마다 그 이유가 너무 다르다. 나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나는 재미있어서, 낭만이 있어서다.
낭만이란 자고로 결핍에서 나오는 것이다.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 호텔 뷔페에서 식사하는 것보다,
나와 회사를 같이 설립해준 동료들과 함께, 크지 않은 사무실에 이사한 후 먹는 짜장면이 더 맛있을 수 있다는 것.
무언가 제대로 된 것 없지만 희망찬 미래를 그려나간다는 마음.
스스로를 3인칭으로 보면, 뭔가 짠하지만 그런 것들이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 낭만이다.
재미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좋은 사람들과 열심히 일하고 성장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
최근에 느낀 것은, 이렇게 성장하고 회사 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게 되는 나를 보면서 자기 만족을 느낀다.
열심히 일을 한다 ➡️ 나의 실력과 가치가 올라간다 ➡️ 회사의 가치가 올라간다 ➡️ 좋은 커리어와 값진 경험을 얻는다
이 얼마나 재미있고 그 과정에서 낭만을 즐기기가 충분한가. 나는 이런 생각으로 회사를 다닌다.
최근에 나에게 닥쳐온 파도는 스스로 성장을 잘 하고 있거나, 회사에서 내가 없어도 되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불신해서 왔다. 그러던 와중 새로운 국면이 다가왔다.
불확실함을 이겨내기
우리 회사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본디 두명이었다.
최근 시니어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이 들어오셨지만, 거의 1년간을 나는 기존 개발자와 일을 했다.
이 회사의 모든 프론트엔드 코드를 짜신 분이다. 두뇌회전이 팔팔한 사람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이다.
그 사람은 그런 명확한 강점이 있다. 나는 react native를 한 적도 없고, 앱도 잘 몰랐(모른)다.
뭐.. 그런 상황에서 회사를 1년간 다녔다. 최근 그 분이 모종의 이유로 한 달간 휴직을 떠나셨다.
내가 해야하는 일이 아주아주 많아졌다. 이를 스스로 자존감 회복에 써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건 현재 진행형이다.
혼자서 이런 저런 해야하는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보니, 성장을 했구나 생각이 들긴 했다.
예전에는 어려운 개발이 오면 덜컥 겁을 먹었다. 이제는 그냥.. 그냥 한다.
그냥 하는 것 자체가 개발에 대한 기개가 생긴 듯하여, 성장했다고 여긴다.
이 한 달은 성장보다도, 많은 일들을 후회없이 해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올려야 하는 발판이다.
최근 대표와의 연봉협상에서도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것이 연봉이 얼마나 올랐다 이런 얘기가 아니다.
과정에서 대표가 보았던 "앤드류"로서의 나를 얘기해주었던 것이 좋았다. 평소에 얘기를 많이 안 했었는데.
우리 스쿼드 기획자가 나에게 해주는 몹시 솔직한 분석도 도움을 주었다.
무조건 잘한다고 얘기해주는 동기의 말에도 자신감이 회복 되었다. 도움을 주었다.
이제부터 나의 숙제는, 내가 정말 잘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내가 가진 뚜렷한 장점의 발견이다.
내가 자신하는 것은 깊게 고민했을 때 누구보다 좋은 생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깊게 고민하는 능력을 어디에 쓸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팀의 기획자는 이를 제품을 더 공부하고 알아가는 데에 쓰이는 것을 추천했다.
지금은 개발하는 것에 벅차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할 예정이다.
그렇게 나는 가끔 혼자서, 가끔 팀원들과 고민과 불안을 이겨내 나가고 있다.
다시 일하러 갑니다
이 회사에 들어오고나서 1년이 지났다.
반으로 나누었을 때 이전의 6개월은 나에게 성장이었고, 이후의 6개월은 입증과 고민이었다.
이제 앞으로 남은건 다음의 성장과 증명일 것이다.
나에게 계속 기쁨과 자극을 주고, 가끔 벽을 느끼게도 해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일하다 종종 재미있다.
물론 일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알아채리기도 어렵게 지나가버린다.
개발과 인생에 대해 고민과 불안이 들 때에는, 취미를 하나 갖는 것을 잊지 말자.
어느날 고민을 몇 시간 동안 앉아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든 생각이다.
취미도 스스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골라서 하면 심리적인 평온함에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집정리를 하고 뿌듯해하거나, 운동하고 상쾌하면 도움이 되었었다.
앞으로도 좋은 동료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우리회사 CEO staff 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개발자는 주 50시간 일하고 10시간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한동안 자꾸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데 참 어려운 말이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네 마네 하는 직종을 와서, 미래에 대한 염려를 가지고 미쳐서 일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개발자에게 속앓이는 끊임없는 숙제이고, 이를 다스리는 것도 성장이라고 여긴다.
글을 이것저것 썼지만 다시 읽어보면 별 내용이 없는 것도 같다(!) 그리고 한 동안 회고 쓸 시간도 없을 것이다.
이 글도 2월부터 한 번 써볼까 고민하다가, 아늑한 일요일 밤 출근하기 싫은 마음에 적다보니 다 적게된 글이다.
내일의 나는 아마 수면 부족으로 조금 까칠한다거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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