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라는 책은 우리 회사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책에서 중요시하는 '직면적 대립'과 '개인적 관심'을 중요 가치로 손꼽기 때문이다. 입사자는 이 책을 자신의 집으로 배송받게 된다. 온보딩 과정 내에 이 책의 서평을 작성할 것을 권한다.
입사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개발 환경과 도메인에 익숙해진다는 핑계로, 서평을 작성하는 것을 미루었다. 이제야 서평을 작성하려고 한다. 그런데 글을 쓰려다 보니 서평으로는 좀 부족하다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전사적으로 읽게 하는 이유는,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문화를 팀원들이 '체화'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 서평 형식보다는, 내가 이 책을 읽고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적어두는 편이 좋다고 여겨졌다. 그런 방식으로 작성하려고 한다.
감정을 소중하게
부하직원들의 감정을 돌봐주는 것이 상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적혀있었다. 자녀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직원의 슬픔, 자녀가 수학 경시대회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직원의 기쁨을 헤아려주는 일을 말한다. 훌륭한 상사가 되기 위한 핵심이라고 까지, 표현한다. 내가 비록 상사는 아니지만, 팀원의 감정이 소중하다는 바에는 공감했다.
감정은 의지와 연결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이자 최악의 약점이라고 생각해 왔다. 걱정스러운 일이 생기면 일이 손에 안 잡히기도 하지만, 꼭 해내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놀라운 성과를 내는 존재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 일터에서 기계와 구분되는, 사람의 고귀한 특성이다.
일할 때의 감정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팀원에게 어떻게 좋은 감정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나는 앞으로 팀원이 잘한 것을 알아주고 '칭찬'하려고 한다. 티 안 나게 열심히 한 일을 알아주고 칭찬하면,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 팀원의 사기도 올라간다. 대화나 메신저, 회의의 상황에서 동료가 잘한 것을 일주일에 하나 정도는 꼭 칭찬해 보고 싶다.
나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쁜 감정을 팀원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팀원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다. 책에서는, 티를 안 내기 어렵다면, "오늘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어요!"라고, 미리 선언하라고 한다. 팀원 입장에서 작업으로 인해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관심 갖기
책에서 '서로에게 완벽하게 솔직하기 위해서는, 팀원들끼리 업무 외적으로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서로가 좋은 관계라는 인식' 안에서의 대립은, 문제 해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상대방과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립하지만, 점심시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면서 지낼 것이기 때문이다. 대립 상황에서 돌려 말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도, 할 말이 있어도 눈치를 봐가며 하지 않는 일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팀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소소하지만, '밥을 같이 먹는 것'으로 정했다. 워낙 하는 일이 바쁘다 보니 업무 시간에 시간을 내어 대화하기에는 피차 부담스러운 일이다. 팀원들과 가볍게 얘기하기에는 점심시간을 잘 활용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밥을 혼자 먹는 것을 선호한다. 먹는 속도가 느리고,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의 맛에 집중하는 낭만파적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전 회사에서도 그러한 이유로 혼자 먹었었다. 그래도 요즈음 팀원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가벼운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은 관계와 감정이 교류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 친밀하게 지낼수록 업무적으로 필요한 부탁이라든지 건의하기 편해지는 것 같아, 좋은 효과가 있다.
대립 잘하기 - 예상 효과 제시
개인적인 관심으로 관계를 탄탄하게 쌓아두었다면, 대립할 준비는 다 되었다. 이제는 대립을 어떻게 하면 잘할까에 대해서 고민해 볼 차례이다. 책에서는 '대립을 잘하기 위해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적혀있다. 긍정적인 피드백이야 쉽겠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감정이 상하지 않게 돌려 말한다고 해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평소에 신뢰와 관계를 잘 구축해 왔고, '완전한 솔직함'이 우리 팀의 문화임을 이해한다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제 피드백을 어떻게 하면 기분 나쁘지 않게, 상대방이 수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 문제다. 나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 '객관적인 효과'를 넣어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어떤 팀원이 소통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A 님이 소통을 더 해주시면 업무 진행 과정을 파악할 수 있고, 논의 횟수도 줄어들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해당 요청을 상대방이 받아들였을 시 어떤 효과가 있을지 설명해 주는 것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객관적으로 이로운 것이 설득되니, 요청을 받아들이기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한다.
대립을 잘하는 나름의 방법을 적어두었지만, 나는 아직 완전히 솔직하게 일하고 있지 않다. 팀원과 직접적으로 대립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그만큼 팀과 회사를 좋아하여,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노사관계에 집중한 집단에 속해 있다면, 관계를 해치지 않는, 최대한 좋은 말만 하려고 했을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렇게 일해왔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려면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했었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일은 적었다. 아직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되어서 속단하기는 싫지만, 지금 회사는 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대립을 잘 하지 않을까?
대립하는 시간 많이 가지기
대립을 '잘' 할 준비도 되었다면, 이제는 대립을 자주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팀에서는 업무의 효율성을 저하하는 요인을 찾기 위해, 저번 주부터 '팀 전체 회고'를 하고 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기에 아주 좋은 타이밍이다.
회고의 항목 중에, 팀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 나는 이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주었다. 업무 담당자들끼리 소통이 잘되지 않았다는 것이 피드백의 내용이었다. 동시에 긍정적인 피드백도 해주었다. 소통 문제가 개선해야 할 문제임에 공감하고,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액션을 취했다는 것을 좋게 보았다.
평가 시 팀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 10점이 만점이며, 5점이 평범하게 일했음을 뜻한다. 앞선 부정적인 피드백과 긍적적인 피드백에서, 2점을 감점하고 4점을 가점하였다. 직접 해보니,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이 좋았다. 점수를 줄 때 그냥 줄 수는 없으니 피드백을 생각하게 된다. 5점이 평균 점수이기에,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었더라도, 긍정적인 피드백도 고려하게 된다. 피드백을 부담없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닐까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 팀은, 회고를 통해 대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회고는 팀에 대한 평가로 치중된다. 개인과 개인이 대립해야 하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꼭 실시간으로 대립하려고 한다. 즉 문제가 발생한 시기에 대립하고 쌓아두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다들 그런 방식으로 일하시고 있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
Action Plan
책을 읽고 느낀 바를 토대로, 일을 잘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Action Plan이 도출된다. 이는 내가 해야할 행동 지침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1) 팀원이 잘한 것은 칭찬하고 나의 나쁜 감정은 드러내지 않는다.
2) 팀원과 자주 밥을 먹으며 개인적인 친밀도를 쌓는다.
3) 팀원에게 객관적인 효과를 들어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한다.
4) 회고 시간을 대립 시간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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